장호의 머릿속

3년차 개발자의 2022년 회고

짱호 2023. 1. 1.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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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회고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었다.
스스로 회고할만한 경험이나 성장을 못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아주 천천히, 조금씩은 성장하고 있었지만 그저 그런 핑계를 대며 그냥 안 썼던 것 같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건 아주 좋은 습관이라 생각한다.
좋은 습관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올해를 기점으로 꾸준히 회고를 써볼 생각이다.

2022년 회고에서는 내가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기록으로 남겨본다.

1. 이직

2020년 1월에 입사해서 2022년 1월까지, 총 2년간 근무했던 회사에서 퇴사하고
2022년 2월부터 새로운 회사로 출근하게 됐다.

이직 결심

신입으로 입사해서 2년 동안 일했던 회사에서 이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크게 2가지가 있다.

  1. 백엔드 개발자로써 성장과 커리어에 대한 의구심
  2. 함께했던 동료들의 이직

입사 초기부터 내가 맡았던 업무는 빅데이터 수집 솔루션의 화면 개발이었다.
물론 간단한 백엔드 업무도 함께 수행하긴 했었지만, 백엔드 개발자로 폭풍 성장하고 싶은 나의 욕구를 채워주진 못했다. 조직의 방향성과 개인의 목표가 일치했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나의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최상의 워라밸과 동료들도 좋은 편이라 편하게 다니기엔 좋은 회사였지만, 경험과 성장을 추구하는 나와 회사의 fit이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자아실현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자체 서비스를 하고 있는 회사로 이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있을 때쯤 IT 업계에 어마어마한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21년도는 코로나로 인한 IT 업계 대호황 시기였다. 기업들은 좋은 개발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연봉을 올렸고, 서로 경쟁했다. 물들어 올 때 노를 젓듯 동료들은 좋은 조건에 좋은 회사로 하나 둘 이직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마음속으로만 가지고 있던 이직의 불씨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직 준비

마음을 먹고 이직 준비를 시작했지만 2년 차 개발자, 만 1년이 조금 넘은 개발자가 이직하기란 쉽지 않았다.
매력적인 이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뛰어난 것도 아닌 그저 그런 실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는 메타인지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였기 때문에 내가 뭘 모르고, 뭐가 부족한지 조차 판단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자체 서비스를 하고 있는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마구마구 지원을 하고 닥치는 대로 면접을 봤다.

서비스 기업들의 면접 경험은 나에게 간접적인 경험치를 선물해 줬다.
실제 서비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나 해결 방법들을 물어보는 질문들이 자주 나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필요 기술들의 지식들을 많이 물어봤었다.

이를 통해 서비스 기업에서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고, 어떤 사람들을 원하는지 대략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수많은 좌절을 안겨준 면접들이 지금 내게 어떤 지식이나 경험이 필요한지 알려주는 길잡이 역할을 해주었다.

이직을 준비하는 동안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었지만, 한편으론 가장 많이 성장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결실

본격적으로 이직을 준비하고 6개월 만에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입사하게 된 회사는 내가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회사였고 멋진 사옥과 풀 재택근무 제도를 가진 소위 말하는 꽤 괜찮은 회사였다.

회사의 다양한 서비스 중 원하는 팀에 지원할 수 있었고, 평소 콘텐츠 서비스에 관심이 많았기에 이쪽 업무를 선택해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었다.

기존과는 너무 다른 규모와 환경이 낯설었지만, 팀원분들의 도움으로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지금 시점으로도 아직 모르는 게 산더미지만, 내가 맡은 부분에서 성능 개선이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며 나름 가치 있는 일들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성장에 진심인 동료들과 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팀에서 많이 배우며 성장하고 있다.

 

2. 회사

2022년 이직을 하게 되면서 근무 환경업무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재택근무 형태로 일을 하게 됐고 B2C 서비스에 대한 궁금증도 해소할 수 있었다.
또한,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어가기 위해 어떤 기술과 지식이 필요한지 많이 배우게 됐고 제너럴한 지식보다 서비스 개선과 관련된 기술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됐다.

재택근무 적응기

새로운 회사는 재택근무로 일하는 리모트 근무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기본은 재택, 출근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유연한 근무 제도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출근 거리에 대한 부담이 없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고 출/퇴근에 사용되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점도 나에게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나는 매일 1 ~ 2시간씩 공부를 하거나, 글을 쓰거나, 코딩을 하는 라이프 사이클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는데 여기에 시간을 충분히 투자해도 내 일상에 다른 스케줄을 끼워 넣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긴 게 너무 좋았다.

업무적으로도 입사 초반에 적응이 조금 어려웠던 것 빼고는 단점이 없었다.
물론 사람 by 사람이겠지만, 나의 경우 일에 대한 집중도도 높아지고 업무 효율도 훨씬 좋아서 오히려 일을 더 많이 한 것 같다. (이게 단점이라면 단점일라나..?😅)

앞으로도 재택근무를 지원하는 회사에만 다니고 싶을 정도로 나에게 잘 맞는 근무 형태다.

 

레거시 개선하기

입사 후 메인으로 담당하게 된 네이버 연동 서비스 파트는 꽤 오랫동안 커밋 내역이 없는 레거시 코드였다.
반대로 생각하면 아주 잘 돌아가고 있는 프로젝트로 볼 수 있었다.

전임자들이 모두 퇴사한 상태여서 개략적인 인수인계만 받은 후 내부 코드 분석을 통해 비즈니스 요구사항을 파악하며 어느 정도 익숙해져가고 있을 때쯤, 자주 보이는 운영 이슈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특정 이슈가 2 ~ 3개의 패턴을 가지고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었고, 그것들을 처리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내 업무 중 하나가 되었다. 즉, 반복적이고 귀찮은 일에 업무 리소스를 낭비하고 있었다.

컨텐츠를 운영하는 운영팀에서는 해당 이슈가 처리되지 않으면 일 처리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처리해줘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다른 업무를 하다 흐름이 끊기는… 컨텍스트 스위칭 😢)

그래서 그냥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 자체를 제거해버리기로 마음먹었고 리팩터링과 성능 개선을 함께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문제 원인 제거를 위해 이슈 발생 빈도 별 개선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했고, 상품 연동 중 Lock wait timeout exceeded; try restarting transaction 문제가 발생해 연동에 실패하는 문제에 대한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네이버에는 상품이 생성되지만 우리 쪽 DB는 롤백되는 연동 정합성 문제가 발생하고, 삭제 API를 통해 수동으로 네이버 상품을 삭제해줘야 하는 귀찮음을 동반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가설을 세우고 하나씩 개선과 검증 절차를 거쳐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가설 1. 쿼리 자체 문제가 아닐까?

Lock wait timeout exceeded; try restarting transaction 문제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구간은 DB에 연동 데이터를 UPDATE 할 때였다.

MySQL에서는 UPDATE 시 조회된 인덱스에 Lock을 건다.
따라서 UPDATE 조건절이 인덱스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 테이블 전체에 Lock이 걸리는 일이 발생한다. 실제로도 해당 테이블에 적절한 인덱스가 없어 위와 같은 상황이 일어나고 있었고 적절한 인덱스를 추가해 Lock의 범위를 최소화하도록 개선해 보았다.

아쉽게도 이슈의 발생 빈도가 줄긴 했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진 않았다.

가설 2. 너무 긴 트랜잭션 단위가 원인인가?!

외부 API에 대한 트랜잭션을 관리하는 건 굉장히 까다로운 일이라 일반적으로 이벤트 리스너를 사용하거나 외부 호출을 트랜잭션 범위에서 제외해 관리하도록 한다.

기존 시스템은 여러 번의 외부 API 호출을 통해 데이터를 취합해 연동하는 흐름을 가지고 있고, 모든 API 호출이 하나의 트랜잭션으로 묶여있는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트랜잭션 단위가 너무 길어지면 트랜잭션이 잠금 획득에 너무 오랜 시간 대기를 할 수도 있고, 장애가 전파되는 등 다양한 문제에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외부 호출 로직을 모두 트랜잭션 범위에서 제거하도록 개선해 보았다.
(간략히 적었지만, 당시에는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많은 고민과 학습을 한 끝에 도달한 결론이었다...🥲)

그 결과, 나를 귀찮게 하던 이슈 하나를 줄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입사 초반의 첫 개선 경험이라 그런지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렇게 문제를 주도적으로 개선했던 경험은 앞으로 어떻게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대답이 돼준 것 같다. 문제를 깊게 파고들어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학습하고, 그 지식들로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성취감이 나를 계속 성장시켜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래서 조직과 나의 동반성장을 위해 API 성능 개선이나 쿼리 성능 개선 등 주도적인 개선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더미지만 조금씩, 천천히 풀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내가 어떤 일을 해나가고 싶은지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준 경험이라 꼭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회사의 대격변

재택근무 뽕에 흠뻑 젖어가고 있을 때쯤, IT 업계에 밀려 들어오던 물이 슬슬 빠져나가고 있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얼어붙으면서 IT 업계에도 혹한기가 찾아왔다.
금리가 오르고 투자가 줄어들면서 급격한 겨울이 시작됐다.

밀물과 썰물의 단순한 흐름인 줄 알았지만, 물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거의 쓰나미 수준이었다.
해고가 자유로운 외국 대기업들을 필두로 대량 인원 감축이 시작되면서 불안감은 커져갔다.
특히, 채용 경쟁으로 인해 높아진 개발자들의 임금 비용을 줄이는 게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었기에 불안감이 더 커졌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우리 회사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내가 속한 회사는 그룹사의 모든 서비스를 개발하고 지원하는 그룹사 전체 개발 조직들이 모여있던 회사였는데
갑작스럽게 법인 폐지 소식을 듣게 됐다…

입사한지 7개월 만에 나라 잃은 국민이 되어 다른 그룹사로 전배를 가거나 이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 거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우리 개발 조직은 전배 갈 곳이 확정되어있다는 것이었는데, 그렇지 못한 다른 조직에서는 희망퇴직을 하기도 했다.

전배가 확정되고 내 상황은 안정화 됐지만, 뭔가 마음 한구석이 계속 찜찜했다.
정말 많은 노력 끝에 입사한 회사인 만큼 자부심이나 애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내 노력이 물거품이 된 기분이었다. 마치 부모한테 버림받고 입양되는 기분이랄까.

이뿐만 아니라, 올해까지는 고용 조건과 근무 조건이 그대로 승계되지만 내년부터는 전배 된 회사에 방침에 따라 근무 형태도 변경될 거라고 했다. 즉, 2023년에는 재택근무 제도가 없어진다는 뜻이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지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그대로라는 점이었다.
이 덕분에 그나마 멘탈 회복을 금방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근무 형태에는 금방 적응하겠지만, 출/퇴근에 소요되는 3시간이라는 시간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은 극복이 잘 안 될 것 같다.

그래도 팀원들과 으쌰으쌰해서 최대한 잘 버텨봐야겠다.(물론 못 버티고 튕겨 나갈 수도 있다.😅😅😅)

 

3. 2022 목표 회고

올해 초에는 2022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한 목표를 세웠었다.
크게 목표를 나눠보자면 다음과 같다.

  • 경험 위주의 양질의 컨텐츠 생산
  • 기술 서적 1달에 1권 읽기
  • 운동
  • 영어
  • 토이 프로젝트

내가 목표로 했던 일들을 얼마나 이루었을지 회고해보고자 한다.

 

경험 위주의 양질의 컨텐츠 생산

결과부터 말하면 블로그에 공개할 만한 양질의 컨텐츠를 만들지 못했다.
회사에서 겪은 문제들과 해결 방법에 대한 글은 개인 노트에 모두 기록했지만, 회사 코드를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으니 블로그에 공개하기 위한 제너럴한 예제로 컨버팅이 필요했는데, 이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내가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결국 목표한 바를 이루어 내진 못했다.

네, 핑계 맞습니다. 반성합니다.🧎‍♂️

그래도 쓸만한 주제거리는 많이 생겼으니, 내년에는 꼭! 시간을 더 투자해서 많이 써봐야겠다.

 

기술 서적 1달에 1권 읽기

또 다른 목표였던 기술 서적 한 달에 한 권 읽기, 이것 역시 쉽지 않았다.

히히히…🥲


사실 아무 생각 없이 읽으면 11권 읽기는 너무 쉽다. 하지만 내가 읽어야 할 책들은 기술 서적이니, 진짜 내 지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장기 기억으로 변환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나는 머리가 그리 좋지 않아서 2 ~ 3번씩 반복해서 읽어야 그나마 책 내용이 이해되고 기억에 남았다.
읽은 책 내용들을 요약 정리하거나 이해가 될 때까지 보다 보니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됐고,
결과적으로 목표로 했던 기술 서적 총 11권 가운데 5권 정도를 읽을 수 있었다.
책을 통해 알게 된 지식을 실무에 적용한 사례나 새롭게 알게 된 지식들도 많아서 개인적으로는 만족 중이다.

아래는 목표였던 11권의 책 목록이다.

  • 클린 아키텍처
  • 모던 자바 인 액션
  • 클린 코드
  • 오브젝트
  • 실용주의 프로그래머
  • 가상 면접 사례로 배우는 대규모 시스템 설계 기초
  • 토비 스프링 3.1
  • 대규모 서비스를 지탱하는 기술
  • 리팩토링
  • Real MySQL
  • 소프트웨어 장인

이중 아래의 5권의 책만 읽었다.

  • 클린 아키텍처
  • 모던 자바 인 액션
  • 오브젝트
  • 가상 면접 사례로 배우는 대규모 시스템 설계 기초
  • Real MySQL 8.0

아직 못 읽은 6권은 내년에 읽어야겠다.

 

운동

목표로 했던 테니스는 아니지만 새로운 운동을 배우기 시작했다.
바로 주짓수! 너무 재밌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재택근무 할 때 일이 끝나고 나면 머리가 꽉 차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는데,
몸을 움직이고 머리를 비워주니 몸은 피곤하지만 오히려 집중력은 올라갔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공감됐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계속해서 배울 예정이다.

(출근하게 되면 힘들지도..ㅠㅠ)

 

영어

영어 회화는 올해도 역시 못 배웠다. 아니 안 배웠다.
이러다 평생 못할 거 같다.ㅎㅎ

삶의 여유가 생기면 그때 배워보는 걸로.. 목표를 수정해야겠다. ^^!

 

토이 프로젝트

지인 추천으로 팀을 구성해 간단한 토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기획/PM 1명, 디자인 1명, iOS 1명, AOS 1명, 백엔드 2명으로 구성된 작은 팀이었다.
프로젝트 주제는 맛집을 기록하고 리뷰를 관리하는 간단한 맛집용 노트 앱이었다.

처음엔 다들 열정적으로 참여하면서 재미있게 개발했는데, 소셜 로그인이나 맛집 기록 같은 기본적인 기능 개발까지 마치고 나니 다들 바빠졌는지 갑자기 프로젝트가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그래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좋은 소프트웨어 아키텍처와 좋은 코드를 고민하며 개발했었고 리뷰를 통해 새로운 의견과 시각을 들어볼 수 있어서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전까지 모바일 개발자분들과 협업해볼 기회가 없었는데, 토이 프로젝트를 통해 경험해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던 것 같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얼마나 더 있을진 모르겠지만, 더 많은 토이 경험을 해보고 싶어졌다.

이왕이면 수익 창출이 되는걸로..츄릅

 

4. 일일 커밋

일일 커밋을 2년째 이어오고 있다.
일일 커밋 1년 회고를 한지 벌써 1년이 지났다니, 시간이 정말 빠르게 느껴진다.

나는 꾸준함의 가치를 믿고 있다.
꾸준함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비로소 빛을 낼 거라는 믿음.
가치 있는 일을 꾸준히 이어가다 보면 언젠가, 나에게 분명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 생각한다.

꾸준함을 유지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일일 커밋을 통해 학습에 대한 꾸준함을 이어가고 있다.

책 읽기, 글 쓰기, 사이드 프로젝트, 코딩, 스터디 등 자유로운 학습 주제를 일일 커밋에 대입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기록으로 남길 수 있으니 학습에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
아마도 나에게 딱 맞는 완벽한 학습법을 찾지 않는 이상 일일 커밋은 계속 이어갈 것 같다.

2023년도 열심히!

 

5. 스터디

나에게는 21년도부터 꾸준히 이어온 스터디 그룹이 있다.
전 직장 동료들과 만들었던 스터디인데 서로의 성장에 조금이나마 강제성을 부여하기 위해 시작됐다.
21년도에 이펙티브 자바 스터디를 시작으로 가상 면접 사례로 배우는 대규모 시스템 설계 기초, 현재는 Real MySQL 8.0을 읽으며 함께 스터디하고 있다.

단순히 스터디만을 위한 그룹이 아니라 기술적 고민이나 궁금증을 자유롭게 논의하며 시야를 넓히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하고, 회사 생활에서의 고충이나 어려움들을 얘기하면서 위로를 받기도 한다. 또한, 대부분 비슷한 고민이나 관심사를 가지기 때문에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좋은 자극제가 되어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성장에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된 스터디였고 준 것보다 받은 게 더 많은 스터디 그룹이였던 것 같다.
앞으로도 이 그룹이 계속 이어진다면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많아지는 그런 동료가 돼주고 싶다.

 

6. 개발자

내가 기여한 소프트웨어 혹은 서비스가 사용자들에게 가치 있게 사용될 수 있도록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어가는 것, 이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장하는 개발자가 되는 것은 내가 일을 시작할 때부터 가지고 있던 목표였다.

대학생 때 약 350명의 학생들이 사용했던 학식 알리미라는 서비스를 운영해 보면서, 이런 부분이 얼마나 많은 성취감과 동기부여를 주는지 몸소 느꼈기 때문에 가지게 된 확고한 직업관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항상 많은 트래픽이 일어나는 서비스에서 일하고 싶었다.
규모가 클수록 많은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고, 이에 따라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거나 성능을 개선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전 회사는 온프레미스 방식으로 고객사에 설치되어 운영되는 형태의 솔루션을 파는 회사였다. 그러다 보니 사용자들이 어떤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끼는지, 어떤 부분에서 가치를 전달받고 있는지 피드백을 받기 어려웠다. 그래서인지 일하는 게 그리 즐겁지 않았고 오히려 흥미가 떨어졌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현재 나는 B2C 서비스의 내부 시스템을 개발하는 팀에서 일하고 있다.
트래픽을 직접 맞는 포지션은 아니지만 결제나 정산, 연동 등의 시스템 개발 업무를 수행하는 팀이다.

이 중 나는 연동 쪽을 맡아 개발하게 됐는데, 처음에는 맡은 업무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백엔드 개발자로서 트래픽을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개선하는 업무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도 트래픽을 직접 맞아보는 건 중요한 경험이라고, 이런 걸 경험해봐야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었다. 나 또한 이에 동의했었고 이런 업무 자체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다. 그래서 더욱 아쉽게 느껴졌던 것 같다.

하지만 연동 업무를 수행할수록 해당 업무에서도 충분히 재미와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다.
내 기준 사용자는 내부 직원들인데, 그래서인지 오히려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고 더 빠르고 안정적인 연동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즐거움을 찾은 것이다.

“연동이 빨라진 것 같아요!”
“연동 오류가 줄어들었어요!”

와 같은 피드백을 받을 때면 기분이 너무 좋았다.
개발자라는 직업을 시작할 때부터 가지고 있던 목표를 조금 이뤄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 작은 성취감들은 성능 개선과 품질 개선을 더 고민하게 되는 긍정적인 노력들로 변해가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개발하는 게 너무 재밌고 즐겁다.

이런 경험을 통해 느낀 건 다른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경험들 보다 내가 구축한 개발 세계관에서 중요한 룰이 무엇인지, 나는 어떤 부분에서 즐거움과 재미를 느끼는지, 어떤 일을 할 때 가치를 느끼고 있는지를 잘 아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하고 싶지 않은 일도 많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가치 있는 일을 찾는다면, 어떤 일이든 재미있게 개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직 경험치가 부족한 우물 안 개구리지만, 앞으로는 이런 마음가짐으로 개발자라는 직업에 더 몰입해 볼 생각이다.

 

7. 마치며

2022년은 나에게 많은 경험과 성장을 선사해준 해였다.
개인적으로는 개발자를 시작하고 가장 만족스러운 한 해인 것 같다.
그리던 개발자로서의 삶의 첫 번째 조각을 맞췄고 이제야 제대로 뛰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뿌려놓은 씨앗을 수확하며 경험했던 작은 성공의 달콤함은 나를 계속해서 움직이게 만드는 동력이 돼주었고, 그 동력을 기반으로 성장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면서 내가 가진 세계관을 더욱 단단히 굳힐 수 있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많았지만, 그마저도 내 점심이었다.(대충 좋은 경험이 됐다는 뜻)

생각해보면 2020년과 2021년의 내가 열심히 씨앗을 뿌려두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긍정적인 상황으로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올해는 성공적인 수확을 거뒀으니, 또 다른 성장을 위해 다시 씨앗을 뿌려둬야겠다.

씨앗들이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며 2022년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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